올해 초만 해도 막연히 올해 미국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흐릿한 목표만 있었다. 이번 구글 IO는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정도의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이렇게 컨퍼런스를 다녀오면 미국에서의 흐름은 어떤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깨달을 수 있어 도움이 되는데 이번 컨퍼런스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인 모스콘 센터 서관 입구. 오른쪽은 등록을 위한 줄이고 왼쪽은 입장을 대기하는 줄이다. 등록은 행사 전날부터 이루어졌기에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등록은 전혀 기다리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은 필수이다. 들어보니 전날 등록을 위해서도 줄을 한참 섰다고 한다. 줄은 모스콘 센터를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었으며 거의 행사장을 한바퀴 감싼듯 했다. 다른 곳에서는 커피 등 간단히 먹을 것을 나눠준 것 같은데 내가 서있는 곳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 사람, 사람. 줄을 서있는 사람의 숫자도 많았지만 그 구성도 다양했다. 한국인도 종종 눈에 띄었고 일본인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어 사용자도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는데 어디서 왔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원래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인이 많아 이곳 사람일 수도 있다. 또한 다른 개발자 행사에 비해 여자의 비율이 꽤 높은 느낌이었다. 추첨제로 바뀌면서 여성이 일정 비율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일까? 사실 관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여성의 비율은 확실히 높았다. (그런데 왜 위 사진에는 모두 남자만..;; )
사진에는 안나와 있지만 줄을 서있는 도중 줄의 끝을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스태프가 줄 끝에 서있어야 하는데 줄 끝을 알고 있는 스태프가 아무도 없었던 것. 스태프에게 어디가 제대로 된 줄이냐며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소리지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로 문의하는 수준. 그리고 크게 화내지도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스태프가 어딘가를 갔다 오더니 곧 정리를 해줬기에 문제는 곧 해결됐다. 하지만 아직 내가 섰던 줄이 제대로 된 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태프가 좀 어리바리한 느낌이었음.
행사 시간이 다 되어 입장하는 중이다. 미동하지 않는 줄에 서있다가 줄이 줄어들기 시작하니 시작한다는 기대감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거의 입구 바로 앞인데 내가 입장한 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계속 입장했다.
행사장에 준비된 아침식사. 아무것도 못먹고 나온터라 몇 개를 집었다. 미국의 컨퍼런스는 비싸기는 하지만 이런 형태로 돌려주는 것들이 꽤 있다. 특히 잘나가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일수록 이런 부분에서 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빵과 함께 바나나와 사과도 집었는데 사과는 결국 맛을 못보고 체크아웃 하면서 호텔에 버리고 왔다.
이번 행사의 경우 키노트 발표장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였는지 등록한 순서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나뉘었다. 나는 행사 당일 아침에서야 등록을 했기 때문에 키노트를 발표하는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행사 전날 오후에 등록했던 다른 일행들은 키노트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키노트 행사장을 중계해주고 있었다. 일정의 문제로 일찍 등록을 하는 대신 다른 일정을 선택한 것이기는 하지만 막상 키노트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니 아쉽긴 했다. 일정의 앞부분이 여유롭지 못했는데 아마 내 지갑에서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듯.
행사장에 들어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팔에 찬 태그의 끈 색에 따라 달랐다. 내 끈은 오렌지 색이었지만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끈 색은 파란 색이었다. 나중에 보니 녹색, 회색 등의 다른 색도 있었는데 키노트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었다.
키노트 시작 전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비춰주기도 하고 핑퐁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에는 없는데 행사장에 ㄷ자 모양으로 스크린을 꾸며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공이 움직이는 핑퐁 게임을 계속 보여줬다. 처음에는 화면을 왜 ㄷ자 모양으로 과도하게 꾸몄을까 의문이었지만 키노트를 보며 그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해소됐고 도리어 목적에 맞는 훌륭한 구성이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키노트가 시작됐다. 이날의 키노트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큰 박수도 한 번에 그쳤고 그마저도 기술이나 서비스의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때가 아니라 사진을 무제한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을 때 터져나왔다. 때로는 연사가 발표를 하고 한 박자 있다가 조그맣게 박수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꽤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만큼 새롭다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아니면 참석자들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을지도.
이번에도 작년과 같은 카드보드를 참석자에게 줬다. 작년 버전에 비해 좋아진 점은 1. 6인치의 큰 폰을 사용할 수 있으며 2. 조립 단계가 3단계로 간략화된 것이었다. 작년 처음 카드보드를 봤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새로 받은 카드보드는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다. 못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누군가가 두 개씩 가져가기도 한듯.
행사장 1층에 마련된 I/O 2015 조형물.
작년에는 교실처럼 구획을 나눠놓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넓은 공간에 위와 같이 거의 공개된 형태로 공간을 꾸며놨다. 이 외에도 반쯤 열린 공간과 강의실같은 - 일반적인 컨퍼런스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션의 인기에 비해 공간이 너무 좁아 공간을 나누는 벽 뒤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매우 많았다. 뭔가 듣기에 좋은 형태는 아니었다. 실제로 공간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 몇 개 세션은 듣기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행사장 전경.
3층은 주로 데모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진은 개인들이 꾸민 안드로보이를 등록하면 합창을 하도록 만들어둔 곳이다. 이 옆에는 스티커를 출력해주는 곳도 있었다. 두 번째 날, 안드로보이를 만들어 스티커를 요청하는 것까진 잘 했는데 결국 내 스티커를 받지는 못했다. 아마 전송이 성공하지 못했거나 누락되었거나 다른 사람이 가져간듯.
구글이 발표한 Expedition의 촬영장비. 16대의 고프로를 연동해서 촬영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보다 Expedition과 같은 VR쪽에 더 관심이 갔다. 키노트에서도 보여줬듯 이미 파일럿으로 찍은 컨텐츠는 교육 현장에서 카드 보드를 사용하여 활용하고 있었다. 장비의 크기를 생각하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만큼 촬영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효과는 엄청날 것 같다.
구글이 키노트에서 발표한 Expedition 동영상.
Expedition과 함께 내 관심을 끈 기술. 저렇게 매달린 고정된 카메라를 사용하여 360도를 돌아가며 볼 수 있게 해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동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의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형태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 이 외에도 프로젝트 Tango라는 AR을 활용하는 데모가 전시되어 있었다. 국내 업체 중에는 SKT(P?)에서 데모를 제출했는지 관련자 분들이 몇 분 데모를 확인하고 있었다.
강의실과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일반적인(?) 컨퍼런스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들어갈 때 위 사진에 있는 태그를 찍는다. 스태프가 핸드폰으로 태그를 찍으면 행사 신청 후 별도로 등록했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면서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출첵이라도 하는 것은 아니겠지?
듣고 싶은 세션이 없을 때는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컴퓨터를 가지고 데모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한쪽에는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도 했다.
일층에 전시된 안드로보이.
행사장 이층에는 실제 구글의 개발자들과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필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종이 롤이다. 저렇게 해놓고 다 쓴 후에는 종이를 다시 꺼내어 새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각 세션의 시간표도 이와 비슷하게 종이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행사장 외벽에 구글 IO 행사가 진행 중임을 알려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첫 날 일정이 모두 끝난 후에는 파티를 하기 위해 근처의 Yerba Buena Gardens로 향했다. 이곳에서 구글 IO 참석자들을 위한 파티가 열린다.
행사장은 넓었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무제한(?) 제공되고 있었다. 그런데 날이 추워서 반쯤은 추위에 떨었던 듯. 설마 하고 두꺼운 옷을 가져가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너무 추웠다. 저녁 때의 샌프란시스코의 온도는 대략 12도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출국하던 날 한국의 기온은 30도였다.)
이 곳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너무 날이 추워져 행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지 않고 일행들과 함께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렇게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